silly talk1.jpg
silly talk2.jpg
 

즈애ㅋ어리 뤸췬버ㄹ그(이하 즈애ㅋ으)와의 실없는 대화, 3월 5일 자정을 지난 언젠가.



즈애ㅋ으: 이거 죄다 헷갈리는데.

방: 나도 그래.

즈애ㅋ으: 부제라고? 제목이 아니라? 이해 안 돼.

방: 부제이자 제목인 거지. 나도 말도 안 되는거 알아.


즈애ㅋ으: 왜 찌그러트렸어?

방: 벨트 버클 만들려고 그랬지.

즈애ㅋ으: 찻잔은 왜 만들었고?

방: 찻잔 만들려고 그랬으니까.

즈애ㅋ으: 아니, 왜 벨트버클 만드느라 그 짓을 했냐고. 그냥 벨트버클 만들지.

방: 그냥 뭘 좀 조져 버리고 싶었어. 좀 애매한 감정에서 시작한 작업이야.

즈애ㅋ으: 그럼 우린 애매한 대화를 하고 있는거네.

방: 어, 정확해.


즈애ㅋ으: 그럼… 시작과 결과가 다른 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야? 왜 찻잔을 만들었어? 벨트버클이랑 아무 상관 없잖아.

방: 어려운 질문. 일단은 그냥 난 좀 뭐가 부수고 싶었어. 왜냐면 난 죽고 있어. 우린 죽고 있는거야, 살고 있는게 아니라. 하하.

즈애ㅋ으: 그게 찻잔이라는게 중요해?

방: 음… 나는 그냥 과거에 존재했던 찻잔을 표현하고 싶었어. 그러니까 이게 빅토리아 시대 스타일 찻잔인거지.

즈애ㅋ으: 빅토리아 시대가 뭐 어쨌길래? 빅토리아 시대가 다른 그 뭐야.. 그것보다 연관이 있어?

방: 다른 고전양식보다? 나도 몰라. 근데 내 생각에.. 어.. 내가 미국에서 작업하니깐 한국 전통양식을 기호로 사용할 수 없어.

여기선 이게 한국 거인지 뭔지 아무도 못 알아 볼테니깐. 알잖아, 시각언어도 번역이 필요한거.


즈애ㅋ으: 그러니까 어.. 그 빅토리아 양식이 더 그거에 관한거네. 그… 그..

방: 미국 사람들한테? 미국 역사에?

즈애ㅋ으: 응. 근데 그래도 딱히 큰 연관 없지 않아? 빅토리아 양식이 어쨌길래?

방: 나도 몰라. 솔직히 말하면 난 빅토리아 뭐시기가 어떤지 잘 몰라. 그냥 나한테는 서양 거고 오래된 거야. 뭔 말인지 알겠어?

즈애ㅋ으: 그런 것 같애. 그 양식이 이용하고 싶은거야? 아니면 음… 좀 바뀌어야 할 필요를 느낀 거야?

방: 뭐, 나를? 아니면 내 작업을?

즈애ㅋ으: 너 작업을 말야. 좀 현지화 하는거야?

방: 꼭 그랬던 것 같진 않아. 어…. 그러니까 퍼센트로 설명을 하자면, 90퍼센트 정도는 내가 하고싶은 걸 했고,

한 10퍼센트 정도는 관객을 고려한 것 같아. 관객들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이나 표현방식을 바꾸지는 않아.

즈애ㅋ으: 그래. 그러니까 이 벨트 버클의 관객을 어떤 특정한 전시의 관객으로 생각한 거야?

아니면 너 작업 보는 모든 사람들로 생각한 거야?

방: 그냥 내 작업 보는 여기(미국) 사람들이라고 하자. 기능 그 자체를 무언가에서 다른 무언가로 번역하거나 변환 하는 작업이 해보고 싶었어.

근데 그 와중에 누가 벨트버클 공모전 해보지 않겠냐고 물어봐서 이게 벨트버클이 된거야. 꼭 벨트버클이 되어야만 할 이유는 없었고.

즈애ㅋ으: 그래. 아무튼 그게 제목에 무슨 영향을 준거야? 영향… 그러니까 벨트버클 만드는게 의미없다는(meaningless) 이야기야?

그럴거면 왜 제목이 무제야?

방: 그러니까… 찻잔의 전부를 내가 만들었고 심지어 벨트버클 뒷부분에 클러치까지 다 내가 만들었어.

근데 왠지 내가 만든 기분이 들지 않아. 무슨 말인지 알아? 나 이거 유압프레스기에 넣고 찌그러트렸는데 벨트버클 모양은 우연히 나왔어.

내가 이 모양이 나오도록 결정한게 아니야. 그러니까 난 함부로 이 작업에 이름을 못 지을 거 같아.

근데… 부제 정도는 내가 달아도 되지 않을까?

즈애ㅋ으: 그럼 왜 부제는 의미없음(meaningless)이야?

방: 그 이유는… 모르겠어. 그냥 나한테 만드는게 의미 있는건지 없는건지 스스로 좀 물어보고 싶었어.

즈애ㅋ으: 그래서 그 질문에 답은 좀 얻었어?

방: 아직 잘 몰라. 근데 확실한 건, 그 찻잔은 찌그러지지 않았어. 그냥 과거에 영원히 있는거야.

즈애ㅋ으: 순간 속에 산다고.

방: 그치. 영원한 거야. 그러니까 사람들이 대개 영원함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, 보통 끝없는 내일을 생각 하잖아? 근데 나는 그 영원이 어제랑 오늘 사이에, 오늘과 내일 사이에도 존재하는 거라 생각해. 0.1111111111111…. 뭐시기 뭐시기 하는 숫자처럼 말야. 그러니까 찻잔은 아직 계속 존재해.

즈애ㅋ으: 그래, 그럼 찻잔은 순간 속에 있거나 완성됐다고 하고… 행위 그 자체가 중요했던거야 아니면 만들어진 결과물이 더 중요했던거야?

방: 둘 다 중요한 거 같애. 그리고 그… 과정 전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고.

즈애ㅋ으:  찻잔 만들었던 과정들도? 찻잔 만드려고 생각했던 것도 중요해?

방: 그치. 그게 다 작업이라 생각해.


즈애ㅋ으: 그래서 의도한게 뭐야? 그걸 누가 착용해주길 바랬던 거야? 상관이 있어? 그러니까… 어… 이게 벨트 버클이 맞긴 해?

방: 버클은 그냥 만들어진거야 그러니까 어… 부모님한테 나온 자식 같은거지. 애기가 크고 나면…

즈애ㅋ으: 찌그러져?

방: 그럴지도 모르지. 그냥 내 말은, 이제 이 작업은 내 관할이 아니야. 이게 스스로 의미를 만들겠지.

내가 무슨 수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정해. 보는 사람들이 이걸 벨트버클로 생각하건 말건, 내가 정할 수 있는게 아니야.

나도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네. 그냥 예술가적 느낌이라 치자. 그냥 해야 될 것 같아서 한거야. 알잖아, 예술가들의 위대한 변명.


즈애ㅋ으: 시간낭비네.



방: 기억낭비지.